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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든 등촌동 아줌마

등촌동 아줌마


나는 이 사람의 이름을 모릅니다.
광화문 촛불의 빛이 물과 섞여 흐를 때
교복 입고 유모차 끌고 도포자락 휘날리며
거대한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목탁을 친
그 사람의 이름도 나는 모릅니다.



누가 먼저 역사의 한 토막을 시작했는지
누가 청계광장에 모이자 깃발을 들었는지
촛불은 누가 어디서 샀는지
누가 어떤 구호를 어떻게 인쇄했는지
경찰도 검찰도 알 수가 없습니다.


2008년 6월 10일
20년을 뛰어 넘어 한열이 영정을 멨던
그 시절 대학생들의 딸들이 아들이
화염병 대신 촛불 소녀 손 카드 들고
조선일보 동아일보 불을 껐습니다.



1919년 3월 1 일 아우내 장터에서 민족을 알았고
1961년 4월 19일 세종로 경무대 앞에서 민주를 알았고
1980년 5월 18일 빛고을 광주에서 미국을 알았고
1987년 6월 10일 전국 방방곡곡에서 통일을 알았고
2008년 뜨거운 여름 조선일보의 실체를 알았습니다.



나는 조선일보를 욕한 사람의 이름을 모릅니다.
광화문 촛불의 빛이 물과 섞여 흐를 때
교복 입고 유모차 끌고 도포자락 휘날리며
거대한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쓰레기를 던진
그 사람의 이름을 이순신 장군님만 압니다.


평범한 장삼이사들이 촛불 들고 KBS 앞에 모였습니다.
누가 어디서 가져왔는지 노란 천막이 쳐지자
무전기 든 사람들도 모여 들었고 닭장차도 진을 쳤습니다.
땅 따먹기 싸움처럼 민주광장을 빼앗고 빼앗기고
그렇게 역사와 민주와 자유가 옥신각신 했습니다.


나는 누가 칼자루 쥐었는지 칼끝을 쥐었는지 모릅니다.
직선이 곡선을 이기는지 곡선이 직선을 이기는지
법을 지키는 사람이 이기는지 법을 어기는 사람이 이기는지
촛불과 무전기 사이로 진실과 정의가 뒤엉켜 연행됩니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릅니다.


나는 KBS 앞에 모인 사람들의 이름을 모릅니다.
그중에 남편 손잡고 나온 등촌동에 산다는 아줌마.
다만 내가 아는 것은 등촌동 아줌마 아저씨들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왜 대한민국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헌법 1조를 노래하는지 압니다.
촛불을 든 국민들은 약속하지 않아도 약속을 지킵니다.



등촌동 아줌마가 명동성당에서 생애 첫 번째 단식을 했습니다.
사랑은 분노를 낳고 분노는 투쟁을 낳는 법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수건과 물을 건네도
나는 그 사람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모릅니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광화문에서 시청에서 만난 사람들이
수많은 등촌동 아줌마 아저씨들이고
그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짊어지고 가는 진정한 국민인 것을
모르는 사람 빼고 아는 사람들은 모두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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