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스포츠에 큰관심 없었더라도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중계는 빠짐없이 보던 사람인데, 그래서 일부 비인기 종목의 경기규칙도 몇 가지는 알 정도였는데, 저 말이에요,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는 별 관심 없었던 게 사실이랍니다.
급작스런 부상에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역도의 이배영 선수나 유도 -60kg급에서 금메달을 따고 펑펑 울면서 염치없게도(?^^) 자신이 방금 바닥에 눕힌 상대선수 품에 안겨버렸다는 최민호 선수에 대한 이야기도 나중에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되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어제 정말 기적 같은 경기를 보았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 야구 대표팀이 전승을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경기 중계를 시청한 건 어제 결승전이 처음이었어요.
정말 대단한 드라마였지요.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선수나 중계 해설자와 마찬가지로 저도 가슴에서 무언가가 울컥 치솟더니 눈물이 핑 돌았으니까요.
제가 드라마엔 조금 일가견이 있는데, 누구라도 그런 드라마를 쓸 수는 없을 것 같군요. 그런 스토리와 감동은 지어낼 수 없는 거니까요.
스코어 3 : 2였어요.
3 : 2는 축구에서라면 '황금스코어'지만, 야구에선 글쎄요... 이런 스코어의 경기를 아마도 해설자는 투수전이 치열했다고 평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투수전을 벌인 경기는 보통 타력 우위의 경기보다 지루하게 마련이구요.
하지만 어제 경기는 축구의 황금스코어 경기 이상으로 스팩터클한 한판이었습니다.
1회부터 9회 첫 이닝까지 완벽투구를 보여준 류현진에 이어, 9회말 1사 만루 절체절명의 순간에 내야땅볼로 병살을 잡아내 경기를 마무리한 정대현의 호투가 있었어요.
첫회부터 번갈아 터져준 양팀의 홈런이 시청자를 신나게 했구요, 그 사이사이에 심심치 않게 터져준 1루타와 2루타, 그리고 번번이 그걸 잡아내는 양팀의 호수비가 저를 흥분시키더니, 두 번 빚어진 쿠바의 실책은 TV 드라에서 양념 같은 조연의 연기를 볼 때처럼 잔재미를 주었습니다.
그뿐이 아니에요. 우리의 위기에 대못질을 한 주심의 부당한 퇴장 명령에 우리 감독, 코치가 놀라 달려나와 항의를 해도 상황은 좋아지지 않더니, 바로 그 순간 전광석화 같은 정대현의 마무리..... 도루만 없었을 뿐이지 한마디로 야구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경기였어요.
야구 전문가도 아닌 제가 그 순간의 일을 어떻게 다 설명하겠어요~
그런데 우리 대표팀 유니폼만큼은 좀 이상하지 않아요?
다른 건 괜찮은데 바지가 말이에요. 양옆으로 내려온 붉은 선의 끝을 가로로 잇고 있는 푸른 색 선 때문에 우리 선수들의 하체가 무지 짧아 보이는군요. 그 선이 지나는 엉덩이 중간이 마치 허리선처럼 보이구요.
저는 디자인을 공부한 적은 없지만, 매장에서 청바지 사 입던 감각을 총동원해봤지요. 그리고 든 생각은 아, 엉덩이에 저 줄만 없었더라면 우리 선수들이 더 멋있어 보였을 텐데, 하는 거였어요.
혹시 저 디자인도 작전이었을까요? 우리 선수들의 다리가 짧아서 발빠른 주루플레이는 할 수 없을 거라는 인상을 주어 상대팀을 안심시키려는? 크하하핫~ 농담입니다. 웃고 넘어가주세요~
그깟 바지 디자인이 어젯밤 우리의 감동과 무슨 상관이겠어요. 눈물날 만큼 노력하고, 짜릿하게 이겨준 선수들 자체가 감동이지요.
그러고 보니 요즘 국민들을 위하는 사람은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과 박봉에 목숨까지 내놓은 119 소방대원들뿐인 것 같군요.
며칠 전 나이트클럽 진화 도중 유명을 달리하신 3분 소방대원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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