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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낫 데어 (I'm Not There,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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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밥 딜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의 노래를 단 한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으며 그의 일생에 관한 글이나 영상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어렵다는 반응이 실감이 났다. 우선 밥 딜런이란 인물의 일생을 표현하기 위해 감독은 6명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밥 딜런의 특성을 각 인물의 개성에 맞게 표현했는데, 감각적이면서도 함축적인 영상이 조금은 난해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의 일생을 통해 감독이 무엇을 의도하였는지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굳이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본다면 감독은 각각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밥 딜런의 일생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저항 시인이나 음유 시인같은 하나의 모습으로 규정할 수 없으며, 다양한 삶의 모습을 추구함으로써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던 그의 자유로운 음악의 세계를 예찬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는 6명의 인물들을 통해 밥 딜런의 음악적인 변화의 모습을 다양한 영화적 방식으로 표현한다. 어린 흑인아이인 우디 거스리를 통해 흑인 블루스에 심취하던 밥 딜런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우연히 흑인 가정집에서 옛 블루스에서 벗어나 네가 살고 있는 시대를 표현하라는 한 흑인 여인의 충고를 듣고 멍한듯이 바라보는 그의 모습을 통해 밥 딜런이 시대적인 저항의식을 갖게 된 계기를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이어 영화는 잭 콜린스라는 왕년에 잘 나가던 포크 가수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밥 딜런의 일생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는 잭 콜린스가 시대적인 저항 정신을 담은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그의 연주나 잭과 함께한 여성 포크 가수나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그에게 시대적인 저항을 요구하는 팬들의 요구와 기대와 점점 격변하는 사회적인 상황에 지쳐가는 뮤지션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점점 지쳐가던 잭은 케네디의 죽음 이후로 자신의 저항적인 음악에 대해 회의를 가지면서 공식 행사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급기야 잠적해 버리고 만다. 한편 닉슨의 베트남 전 철수 선언과 함께 '모든 것이 끝났다'고 말하는 여성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로비 클락의 에피소드는 밥 딜런의 사랑과 결별을 통해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쥬드 퀸이 등장하는 에피소드일 것이다. 흑백색 화면으로 전환되면서 한 뮤지션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쥬드는 그를 환호하는 관객들에게 케이스를 열어 기관총을 발사하는 것처럼 강렬한 일렉트릭 사운드를 발산하여 그들에게 저항한다. 부당한 현실에 저항하던 그는 자신에게 지나칠 정도로 시대의 저항이라는 것을 요구하는 팬들과 평론가 등에게 저항하기 시작한다. 그의 급격한 음악적인 변화는 팬들의 실망과 분노를 일으키고 방송의 음악 평론가는 시대정신이 없어진 음악이라고 쥬드를 혹평한다. 그를 혹평하는 관객들과 평론가, 그리고 그의 음악을 제멋대로 해석하는 흑인 갱단들에 대한 분노는 Mr. Jones 라는 음악으로 표출된다. 마치 복사된 이미지처럼 똑같은 평론가들이 있는 화장실의 모습과 동물원의 우리에 가두어 평론가에 마이크를 건네는 쥬드의 모습 등의 이미지로 형상화된 영상과 강렬한 음악은 자신에게 집착적으로 저항의식이 담긴 포크 음악을 요구하는 인간들에 대한 환멸과 분노를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쥬드의 에피소드를 통해 영화는 밥 딜런의 대중에 대한 환멸로 인한 음악적 변화를 인상적으로 보여주지만 쥬드가 점점 약에 빠져 허물적 거리는 모습을 통해 시대 속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쥬드가 외부의 인터뷰나 그의 가까운 동료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은 건방지면서도 자아도취한 인간의 모습처럼 보인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선글라스를 벗은 쥬드의 눈은 피로감으로 가득찬 모습인데 그가 구토를 하면서 술취한 사람처럼 흐느적거리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이처럼 쥬드의 모습은 자아도취적인 외적인 강인함 속에서 내적인 혼돈을 겪는 유약한 인물로 묘사되어 지는데, 흑백색 화면 속의 벽면 속에 비쳐지는 쥬드의 다양한 모습들과 예수의 모형을 보고 넋두리하는 쥬드의 모습을 통해 인물의 혼돈스런 방황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대중과 평론가의 비난으로부터 고통받았던 쥬드의 모습 이후로 영화는 빌리 더 키드라는 남자를 통해 속세와 인연을 끊고 살아가는 은둔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빌리가 사는 세상은 서부극과 현대의 모습이 뒤섞인 세계이다. 서부 총잡이의 모습을 한 빌리의 모습과 판자로 만들어진 집들의 모습은 서부시대를 연상시키지만 고속도로 건설안이 통과되어 일가족이 자살했다는 소식과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는 모습들은 재개발로 인해 고통받는 현대의 인간들의 모습같다. 빌리는 서부와 현대가 뒤석인 세계 속에 참여하지 않은 체 살아가려 하지만 마을에 등장한 보안관이 마을의 재개발 계획을 발표하려 하자 빌리는 그 현실 속에 개입해 재개발의 부당함을 항의한다. 결국 빌리는 감옥에 갇히게 되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감옥을 탈출하고 기차에 몸을 실어 여정을 떠난다. 빌리의 에피소드는 쥬드의 에피소드처럼 함축적인 점이 많아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굳이 내멋대로 해석한다면 은둔자였던 빌리처럼 밥 딜런도 은둔 생활을 하지만 결국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점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는 콘서트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밥 딜런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밥 딜런의 진정한 모습은 바로 콘서트에서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음악인으로서의 모습이라는 것을 함축하는 멋진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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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6명의 인물들 중 벤 위쇼가 연기한 랭보라는 인물은 개인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운 캐릭터였다. 마치 청문회를 연상케 하는 곳에서 인터뷰를 하는데 다른 인물의 행동과 성격을 대사로 제시한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각각 다른 개성을 가진 배우들의 연기는 모두 좋은 편이었지만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이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다.

ps2. 쥬드의 에피소드 중 쥬드가 비틀즈를 연상시키는 4명의 남자와 즐겁게 노는 장면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웃음이 나온 장면이었다.
Comment 4 Trackback 2
  1. BlogIcon 신어지 2008/06/09 11:20 address edit & delete reply

    저도 밥 딜런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영화 보기 전에 걱정이 많았는데 사전 지식이 많지 않더라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게 연출이 잘 되었더군요. 너무 정신없다는 분들도 있긴 하지만요. 저항에 대한 요구에 저항했다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돌이켜보니 밥 딜런의 인간적인 유약함을 많이 강조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점에서 충분히 공감하고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 BlogIcon 스노우맨 2008/06/10 00:55 address edit & delete

      밥 딜런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없어서 저는 밥 딜런의 음악적 세계보다는 주로 인물들의 행동을 위주로 감상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제대로 이해는 하지 못했지만 밥 딜런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었던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쥬드의 에피소드는 밥 딜런의 인간적인 내면이 잘 살려져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더군요. 댓글 감사합니다. :)

  2. BlogIcon 주드 2008/06/23 11:12 address edit & delete reply

    저도 밥딜런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이 영화를 봐서 스노우맨님 리뷰에 굉장히 공감되네요. :)

    • BlogIcon 스노우맨 2008/06/24 01:46 address edit & delete

      밥 딜런에 관해 많은 점을 알았더라면 더욱 인상깊게 볼 수 있었는데, 그 점이 조금 아쉽더군요. 그래도 여러 배우들이 다양한 면으로 밥 딜런의 인생을 조명한 점이 인상적인 영화였어요. 많이 부족한 글에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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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임 낫 데어 (I'm Not There : Suppositions on a Film Concerning Dylan, 2007)

    Different Tastes™ Ltd. | 2008/06/09 11:16 delete

    ★★★★★ 제가 알고 있는 밥 딜런은 '뮤지션들의 뮤지션'이랄까요. 일반 대중들은 그리 좋은 줄을 잘 모르는데 다른 뮤지션들이나 예술가들에 의해 추앙받는 그런 음악을 하는 뮤지션 말씀입니다. 밥 딜런이 저와 동시대의 음악가가 아니기 때문에 더 그런 인상을 갖는 것일 수도 있을 겁니다. 과거형으로만 접할 수 밖에 없었던 60 ~ 70년대의 대중 음악가들 가운데에서도 밥 딜런은 음악의 창고 가장 깊숙한 곳에 틀어박힌 비밀의 박스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가..

  2. 아임 낫 데어(2007) - ★★★

    영화쓰는 웹기획자 | 2008/06/23 11:11 delete

    난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에 대한 지식은 지극히 얕은 편이다. 예를 들면 난 '밥 딜런' 이라는 이름을 들어보긴 했지만 그가 얼만큼 대단한 뮤지션인지, 그의 대표곡은 무엇인지 조차 모른다. 그럼에도 내가 이 영화를 봐야겠다 생각한건 퇴근 이후 영화 상영시간이 딱 맞았던 우연과 급작스레 세상을 떠난 '히스레져' 때문이다. 영화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뮤지션을 이렇게도 모르니 나에게 이 영화는 그냥 '픽션'의 느낌이었다. 6명의 배우들이 각각 '밥 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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